1/22013.12.19 20:19



한쪽 가슴을 들어낸채 고개를 살짝 들고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반쯤 감겨 있는 두 눈은 약에 취한 듯 혹은 분위기에 취한 듯 하다.

그런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 취기가 올라 한없이 그녀를 바라보게 된다.

그녀 주위로 표현된 황금빛 색채들은 그런 취기를 더욱 더 극대화시키고 있다.

마치 성인들의 뒤로 빛나는 광채처럼 그렇게 황금빛은 그녀를 감싸돌고 있다.



유디트


명화구스타프 클림트-유디트1


구스타프 클림트 /제작연도1901 /기법캔버스에 유채/ 크기84 x 42 cm  /오스트리아 미술관 



유디트...


그녀의 이름은 유디트다.

성경외경으로 치부되어 몇몇 종교를 제외하고는 다른 신화나 전설처럼 읽혀지는 유딧서에 등장하는 인물인 것이다. 이스라엘 베툴리아에 살았던 유디트는 당시 아시리아군에 의해 이스라엘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직접나서게 된다. 당시 남편을 잃고 혼자사는 과부였던 유디트는 과부의 차람을 벗고 눈부시게 아름답게 꾸민 다음 아시리아 군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를 찾아간다. 

그녀의 아름다운 용모에 반한 홀로페르네스는 그녀를 환영하기 위한 연회를 열게 되고 그 연회에서 만취한다.

만취한 홀로페르네스와 단둘이 남게된 유디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게되는데... 이 소식을 접한 이스라엘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게 되고 결국에는 아시리아군에 대승을하게 되었던 것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들과 별 차이 없는 이스라엘의 승리를 다루고 있는 일화지만 

[여자의 몸으로 건장한 남자를 무찔렀다] 하는 부분은 많은 예술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이 유디트는 많은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졌는데...

대부분의 화가들은 여자의 옷을 입고 있지만 표현된 유디트의 모습은 칼을 들고 있는 여전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명화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캔버스에 유채 /199x162.5cm /제작년도1620년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


명화야코프 팔마-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

야코프 팔마 / 140 x 180cm/ 16세기 / 루브르박물관



하지만 클림트는 그런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렸다.

다른 화가들이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그 순간에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 클림트는 스스로 무기가 되었던 유디트에게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칼이라는 도구가 홀로페르네스를 죽음으로 인도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 칼은 단순히 도구일뿐... 유디트 자신이 진짜 무기였던 것이다.

클림트는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칼은 필요없다.

유디트의 눈빛이 칼이고, 숨결이 칼이며, 유디트의 손길이 칼이이다.

칼을 가지고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직접치지 않았어도, 홀로페르네스가 술에 취하지 않았어도 그는 죽을 목숨이었다. 아마 기꺼이 스스로 목을 내어 주었을 것이다.

그만큼 유디트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아니 마력을 가진 여인이었으며 클림트는 그런 유디트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전례없는 치명적인 유디트를 만들어 낸것이다.

한쪽 젖가슴은 드러나있지만 나머지 한쪽은 반쯤 투명한 천에 가려져있다.

무엇보다 그러한 몸의 형태가 분명하지 않다.

윤곽선을 불분명하고 흐릿하게 그려내어 시각적인 요소를 반감시키고 있다.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엇인가 눈에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상상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선물받는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붉어진 볼, 벌어진 입술, 반쯤 감긴 시선에 마음을 빼앗겨 유디트의 몸을 상상하게 만든다.

과연 이런 유디트를 보고 에로티시즘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가만히 유디트를 들여다보자 과연 유디트의 손에 들린 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가 그것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의 머리 일수도 있다는 생각... 들지 않는가?

살인의 직접적인 도구를 그릴 필요가 없었다.

클림트는 그보다도 더 지독하고 날카로운 칼은 그려넣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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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우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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